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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의 손짓, 후쿠오카에서 마주한 자부심의 이정표

영일만의 손짓, 후쿠오카에서 마주한 자부심의 이정표 지난 3월, 봄기운 가득한 후쿠오카 여행길에서 뜻밖의 거대한 풍경과 마주했다. 차창 밖으로 끝없이 이어진 강철의 요새, 일본 근대화의 상징인 '일본제철'이었다. 가이드의 짤막한 설명을 들으며 문득 가슴이 뜨거워졌다. "저 거대한 용광로의 불꽃이 사실 우리 포항제철을 깨운 태동의 불씨였다면?" 그 호기심 끝

영일만의 손짓, 후쿠오카에서 마주한 자부심의 이정표
 

영일만의 손짓, 후쿠오카에서 마주한 자부심의 이정표 · 1

 
지난 3월, 봄기운 가득한 후쿠오카 여행길에서 뜻밖의 거대한 풍경과 마주했다. 차창 밖으로 끝없이 이어진 강철의 요새, 일본 근대화의 상징인 '일본제철'이었다. 가이드의 짤막한 설명을 들으며 문득 가슴이 뜨거워졌다. "저 거대한 용광로의 불꽃이 사실 우리 포항제철을 깨운 태동의 불씨였다면?" 그 호기심 끝에 마주한 우리 철강 역사는 박제된 기록이 아닌, 쇳물보다 진한 피와 땀으로 써 내려간 '거대한 대서사시'였다.
 
"무모한 도전"이라 불렸던 태동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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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말, 대한민국은 산업의 불모지였다. 공장을 지으려 해도 철이 없었고, 제철소를 지으려 해도 자본과 기술이 전무했다.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제철소를 짓는 건 사막에 꽃을 피우려는 무모한 짓"이라며 냉소했다. 하지만 우리는 굴복하지 않았다. 1965년 체결된 대일청구권 자금 중 상당액을 미래를 위한 '철의 씨앗'으로 삼기로 결단한 것이 그 위대한 시작이었다.
 
동해를 향한 절박한 손짓, '우향우 정신'의 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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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교사 시절, 제자들의 손을 잡고 포항제철 견학을 갔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곳에는 동해 바다를 향해 엄숙하게 손을 들고 계신 박태준 회장의 동상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그 결연한 포즈를 따라 하며 해맑게 기념사진을 찍었던 그날, 나는 그 손짓에 담긴 무게를 다 헤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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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피의 대가로 짓는 제철소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자!" 그것은 의례적인 구호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바다 앞에 섰던 이들의 절박한 '배수의 진'이었다. 그날 우리 제자들과 함께 흉내 냈던 그 손짓은,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거대한 자부심의 이정표였다.
 
용암처럼 뜨거웠던 1973년의 눈물
 
후쿠오카 인근의 야와타 제철소(현 일본제철)는 당시 우리에게 기술의 스승이자 동료였다. 일본의 베테랑 기술자들은 자신들이 수십 년간 지켜온 설계도와 노하우를 우리 엔지니어들에게 전수했다. 처음엔 서먹했을지 몰라도, 조국을 위해 눈을 번뜩이며 배우던 한국 청년들의 집념에 일본 기술자들도 이내 마음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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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973년 6월 9일, 포항 1고로에서 지옥의 불길보다 뜨거운 붉은 용암이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혈액이 처음으로 고동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함께 밤을 지새운 한국과 일본의 기술자들은 국경을 잊은 채 서로를 껴안고 오열했다고 한다. 후쿠오카에서 보았던 그 차가운 철강 단지가 사실은 우리 아버지 세대의 눈물과 땀, 그리고 용광로보다 뜨거웠던 동료애가 응축된 현장이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다시금 뭉클해졌다.
 
스승을 넘어선 제자,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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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50년이 흘렀다. 기술을 배우던 '꼬마 제자' 포스코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성장해 스승인 일본제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쪽에서 뽑아낸 푸른색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살아있는 증거가 된 셈이다. 일본 내에서는 "너무 잘 가르쳐줘서 우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됐다"는 시샘 섞인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오랜 시간 두 기업은 서로의 주식을 나누어 가지며 든든한 우군으로서 경영권을 지켜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양사는 26년 만에 지분 관계를 정리하며, 각자의 자생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는 결별이 아닌 , 서로의 독립적인 성장을 응원하는 성숙한 홀로서기다. 이제 두 기업은 자본의 결속을 넘어 탄소중립이라는 지구적 과제를 함게 고민하고 경쟁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진화한 것이다.
 
여행길에서 찾은 우리들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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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관광지도 좋지만, 때로는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이 우리 삶의 뿌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후쿠오카의 제철소를 바라보며 느꼈던 전율은, 아무것도 없던 나라를 세계적인 강국으로 일궈낸 선배들의 자부심에 대한 뒤늦은 헌사였다.
 
포항제철 동상 앞에서 천진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던 제자들도 이제는 어엿한 사회의 기둥이 되었다. 우리가 누리는 이 풍요로운 일상 속에, 영일만 바다를 향했던 그 뜨거운 결의와 쇳물보다 진했던 눈물이 녹아있음을 이제는 온 마음으로 기억하고 싶다.
 
"체험학습 그날 우리가 따라 했던 그 손짓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대한민국 자부심의 이정표였다.“
 

원문
후쿠오카여행포스코일본제철박태준회장우향우정신대한민국역사산업화자부심
김은옥 작가글 47편 · 한국어로 씁니다

울타리없는학교 교장 / 크루즈 여행 전문 인솔자 010-3261-7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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