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구경당하던 항구 – 카보산 루카스에서 만난 동물의 천국
우리가 구경당하던 항구 – 카보산 루카스에서 만난 동물의 천국 카보산 루카스의 마리나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는 조금 색다른 멕시코의 유명 휴양지 풍경을 기대하고 있었다.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관광객들이 오가며, 바닷바람이 가볍게 불어오는 그런 장면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를 맞이한 것은 화려한 리조트도, 반짝이는 요트도 아닌 ‘동물들의 일상’이었
우리가 구경당하던 항구 –
카보산 루카스에서 만난 동물의 천국
카보산 루카스의 마리나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는 조금 색다른 멕시코의 유명 휴양지 풍경을 기대하고 있었다.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관광객들이 오가며, 바닷바람이 가볍게 불어오는 그런 장면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를 맞이한 것은 화려한 리조트도, 반짝이는 요트도 아닌 ‘동물들의 일상’이었다.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물개의 품격
마리나 난간과 보트 위에는 수십 마리의 물개들이 느긋하게 몸을 눕히고 있었다.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은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로, 태평양 연안에 널리 서식하며 특히 이 지역에 많이 모여든다. 그들은 관광객이 사진을 찍든 말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하품을 하고, 누군가는 낮잠을 자고, 또 다른 녀석은 바다로 ‘첨벙’ 뛰어들어 유유히 헤엄쳤다.
꽤 오랜 시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동물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저들이 우리를 구경하는 건 아닐까?” 물개 한 마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쪽을 바라보던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다. 마치 “오늘은 또 어떤 인간들이 왔나?” 하고 말하는 듯 했다.
펠리칸의 여유로운 비행
하늘과 부두 위에는 갈색 펠리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떤 녀석은 “나 증명사진 찍어줘” 부탁하듯 두발로 야무지게 포즈를 취하고서 10초 이상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나를 응시한다. 커다란 부리를 가진 그들은 공중에서 우아하게 활강하다가, 순식간에 바다로 곤두박질쳐 물고기를 낚아챘다. 펠리칸은 이 지역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닷새란다.
풍부한 어장 덕분에 코르테스해는 ‘세계의 수족관’이라 불릴 만큼 해양 생물이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펠리칸들은 굶주림의 긴장 대신 여유를 품고 있었다. 부두 난간에 줄지어 선 펠리칸들의 모습은 마치 항구의 오래된 주민 같았다. 관광객은 스쳐 지나가는 손님일 뿐, 이곳의 주인은 그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했다.
드물게 모습을 드러낸 고래
그리고 그날의 하이라이트.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 갑자기 물기둥이 솟구쳤다. “고래다!”
이 지역은 겨울철이면 회색고래와 혹등고래가 번식을 위해 찾아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태평양을 따라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이 따뜻한 바다에 도착한다.
고래의 등이 잠시 수면 위로 부드럽게 드러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모습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그 순간 마리나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지만, 곧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마치 고래가 말하는 듯했다. “이 바다는 원래 우리의 집이야.”
동물의 천국 같은 평화
카보산 루카스는 평범한 휴양지가 아니었다. 사막과 바다가 만나는 지형, 풍부한 어장, 따뜻한 기후가 만들어낸 생명의 무대였다. 특히 이곳이 자리한 바하 칼리포르니아 수르 지역은 다양한 해양 포유류의 이동 경로에 속해 있다. 그래서 이 마리나는 인간의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야생의 일부로 남아 있다.
그곳에서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경계심 없이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은 오히려 인간보다 더 평화로워 보였다. 경쟁과 속도에 익숙해진 우리의 삶과 달리, 그들은 그저 먹고, 쉬고, 햇볕을 쬐며, 바람을 맞는다. 그 평온함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동물의 천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여행이 남긴 것
그날 이후 나는 여행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무엇을 보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어떤 시선으로 머물렀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카보산 루카스 마리나에서 나는 구경꾼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거대한 무대의 작은 관찰자였다. 아니, 어쩌면 관찰당하는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바다의 숨결, 물개의 하품, 펠리칸의 날갯짓, 그리고 고래의 물기둥. 그 모든 장면이 지금도 마음속에서 잔잔한 파도처럼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