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 집보다 약국이 더 많다고? 카보산루카스의 기묘한 약국 로드
타코 집보다 약국이 더 많다고? 카보산루카스의 기묘한 약국 로드 멕시코 카보산루카스(Cabo San Lucas)의 마리나 거리를 걷다 보면, 에메랄드빛 바다보다 더 자주 마주치는 풍경이 있다. 타코 집보다 약국이 많고, 바로 한 집 건너 하나, 심지어는 약국 옆에 또 약국이 붙어 있는 진풍경이다. 처음엔 "여긴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아픈가?" 싶었지만, 조
타코 집보다 약국이 더 많다고?
카보산루카스의 기묘한 약국 로드
멕시코 카보산루카스(Cabo San Lucas)의 마리나 거리를 걷다 보면, 에메랄드빛 바다보다 더 자주 마주치는 풍경이 있다. 타코 집보다 약국이 많고, 바로 한 집 건너 하나, 심지어는 약국 옆에 또 약국이 붙어 있는 진풍경이다.
처음엔 "여긴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아픈가?" 싶었지만, 조금만 지켜보면 이곳의 약국은 의료 시설이 아니라 거대한 '쇼핑 센터'라는 걸 깨닫게 된다. 도대체 왜 이 아름다운 휴양지가 '거대한 약국 단지'가 된 걸까? 직접 겪어본 그 속사정은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고 강렬했다.
미국인들의 '의료 난민' 탈출구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약국 앞에 줄 선 미국인들이었다. 미국에서 수백 달러를 줘야 하는 인슐린이나 천식 약이 여기선 '껌값' 수준이었다. 살인적인 미국 의료비를 피해 국경을 넘온 그들에게 카보의 약국은 휴양지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쇼핑몰'이었다. "약 사러 멕시코 온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던 것.
"처방전? 걱정 마, 우리가 해결해 줄게"
한국이나 미국에선 의사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든 전문 의약품들이 여기선 '프리패스'다. 약국 안에 의사가 상주하며 즉석에서 처방전을 뚝딱 만들어주거나, 아예 처방전 없이도 "Okay, My Friend!" 한 마디에 약통이 건네진다고 한다. 법과 관습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이 카보에선 일상이다.
수익성 끝판왕, '특수 약물'의 유혹
왜 기념품 가게 대신 약국이 들어설까? 정답은 압도적인 마진때문이다. 일반 기념품보다 단가가 높고, 특히 미국 내 규제가 엄격한 고함량 진통제, 근육 강화제, 남성용 치료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업종이 바로 이 '황금알을 낳는 약국'들인 셈이다.
밤이 되면 시작되는 '네온사인 약국 파티’
밤이 되면 약국들은 더 화려해진다. 클럽 레벨(Level)이나 코코 봉고(Coco Bongo)만큼이나 번쩍이 "PHARMACY" 네온사인이 거리를 밝힌다. 호객꾼들은 윙크를 날리며 "Cheap Meds?"를 외치고, 데킬라에 취한 관광객들이 해장약 대신(?) 특수 약물을 쇼핑하는 풍경. 카보산루카스에서만 볼 수 있는 자본주의와 의료의 기묘한 콜라보레이션이다.
하지만, 화려한 네온사인 뒤의 '치명적인 함정’
이렇게 약국이 흔하다 보니 여행자로서 꼭 주의해야 할 점도 보였다. 최근 미국 대사관에서도 경고했듯이, 일부 약국에서 파는 강력 진통제 중에는 치사량이 높은 펜타닐이 섞인 위조 의약품이 섞여 있을 위험이 크다. "싸니까 일단 사고 보자"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
또한, 처방전 없이 대량으로 샀다가 한국이나 미국 입국 시 세관에서 압수되거나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만약 꼭 약이 필요하다면 길거리의 이름 모를 약국보다는 Farmacias del Ahorro나 Farmacias Similares 같은 멕시코의 검증된 대형 체인 약국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한마디로 "바다 보러 왔다가 미국 의료 제도의 현실을 보고, 멕시코 자본주의의 화끈함과 서늘함을 동시에 느끼고 간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의료보험,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