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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마주친 ‘죽음의 미학‘: 왜 그들은 일 년 내내 해골과 사는가

멕시코에서 마주친 '죽음의 미학': 왜 그들은 일 년 내내 해골과 사는가 2월의 멕시코는 축제의 소란스러움이 걷힌 뒤였지만, 거리는 여전히 ‘죽음’으로 활기찼다. 영화 <007 스펙터>의 화려한 오프닝처럼 퍼레이드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멕시코의 골목마다 늘어선 기념품 숍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축제장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해골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닌

멕시코에서 마주친 '죽음의 미학': 왜 그들은 일 년 내내 해골과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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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멕시코는 축제의 소란스러움이 걷힌 뒤였지만, 거리는 여전히 ‘죽음’으로 활기찼다. 영화 <007 스펙터>의 화려한 오프닝처럼 퍼레이드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멕시코의 골목마다 늘어선 기념품 숍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축제장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해골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닌, 멕시코인들의 삶과 철학이 응축된 가장 친근한 이웃이었다.
 
키홀더부터 거대 도자기까지: 해골의 무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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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숍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형형색색의 해골들이었다. 손가락 한 마디만한 앙증맞은 해골 키홀더부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서 있는 사람 키보다 큰 거대 도자기 인형까지 그 형태와 크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교한 무늬가 새겨진 고가의 도자기 해골들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의 해골 인형들은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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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을 사로잡은 것은 도자기로 빚은 여성 해골들이었다. 한 작품은 눈부신 푸른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치맛자락 전체가 작은 해골 문양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야만 보이는 그 미세한 수공(手工)은 장인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작은 해골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있는 듯 표정까지 달리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해골은 몸통을 감싸듯 커다란 공작새 모양의 장식이 펼쳐져 있었다. 공작의 깃은 농담이 다른 청색으로 화려하게 빛났고, 가슴 부위에는 붉고 노란꽃 장식이 풍성하게 피어 있었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과 생명의 상징인 꽃, 그리고 허영과 아름다움의 상징인 공작이 한 몸에 담긴 모습은 그 자체로 멕시코적 세계관의 압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섬세한 레이스처럼 얇게 빚어진 도자기 드레스에 우아한 챙 넓은 모자까지 갖춰 쓴 여성 해골이었다. 모자 가장자리에는 금빛 선이 둘러져 있었고, 리본 장식은 실제 천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그녀는 마치 무도회장으로 향하는 귀부인처럼 당당하고 품위 있게 서 있었다. 해골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해골이기에 더없이 당당해 보였다.
 
2월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멕시코인들이 왜 이토록 다양한 형태로 해골을 곁에 두는지, 그 경이로운 집착에 가까운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라 카트리나’, 죽음 앞의 유쾌한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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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화려한 챙 넓은 모자를 쓴 해골 여인, ‘라 카트리나’였다. 20세기 초 판화가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가 상류층을 풍자하며 만든 이 캐릭터는 이제 멕시코의 상징이 되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비단옷을 입었든 누더기를 걸쳤든, 결국 우리 모두는 해골일 뿐이다.”
 
이 날카로운 통찰은 멕시코인들의 정체성과 깊이 결합했다. 기념품 숍의 해골들이 이토록 화려하고 익살스러운 이유는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오늘을 더 뜨겁게 사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우아한 모자를 쓴 도자기 카트리나 인형 앞에 서니,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도 이곳에서는 하나의 ‘예술’이자 ‘풍자’이며, 동시에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그들은 죽음을 낮추어 희화화하는 대신,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혀 존중하고 있었다.
 
영화가 바꾼 도시의 풍경: 스크린에서 현실로
 
거리를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 <007 스펙터>의 오프닝 장면이 겹쳐졌다. 본래 멕시코에는 영화 속 첫 장면과 같은 대규모 ‘죽은 자들의 날’ 퍼레이드 전통이 없었지만, 영화의 흥행 이후 관광객이 몰려들자 정부가 실제 퍼레이드를 조직하며 이를 도시의 대표 행사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2월이라 비록 행렬은 없었지만, 상점마다 가득한 해골 가면과 의상, 그리고 카트리나 드레스들은 영화 속 그 뜨거운 에너지가 일 년 내내 이 도시의 혈관을 흐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스크린 속 상상이 현실이 되고, 다시 그 현실이 관광객의 기억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기억하는 한, 죽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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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며 떠올린 것은 영화 <코코>가 전한 메시지였다. 진정한 죽음은 심장이 멈출 때가 아니라, 세상에서 완전히 잊힐 때 찾아온다는 것. 멕시코에서 해골은 ‘단절’이 아닌 ‘기억의 보존’이었다. 꽃으로 장식된 가슴, 공작의 날개로 감싼 몸통, 작은 해골로 수놓은 드레스 자락은 모두 떠난 이를 향한 기억과 애정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2월의 멕시코 길거리에서 마주친 수 많은 해골 인형들은 내게 속삭이는 듯했다. 떠난 이를 잊지 않는다면 그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며, 그렇기에 죽음조차 축제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작은 키홀더 하나에 담긴 그 거대한 철학. 그 달랑거림은 그저 기념품의 소리가 아니라, 삶을 더 뜨겁게 사랑하라는 멕시코의 인사처럼 여전히 내 안에서 공명한다.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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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옥 작가글 47편 · 한국어로 씁니다

울타리없는학교 교장 / 크루즈 여행 전문 인솔자 010-3261-7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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