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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위대한 기록] Travel to buy time VOL. 02 | 세상의 편견을 깨부순 신의 곡선, 카사 밀라

[기획 연재 칼럼 | 인생의 위대한 기록] Travel to buy time VOL. 02 | 세상의 편견을 깨부순 신의 곡선, 카사 밀라 바르셀로나의 가장 번화하고 세련된 패션과 자본의 중심지, 그라시아 거리의 한복판에 서면 도저히 도심의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백색의 석조 건축물과 마주하게 된다. 가우디가 남긴 후기 주거 건축의 결정체이자 최고

[기획 연재 칼럼 | 인생의 위대한 기록] Travel to buy time
VOL. 02 | 세상의 편견을 깨부순 신의 곡선, 카사 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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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가장 번화하고 세련된 패션과 자본의 중심지, 그라시아 거리의 한복판에 서면 도저히 도심의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백색의 석조 건축물과 마주하게 된다. 가우디가 남긴 후기 주거 건축의 결정체이자 최고봉, 카사 밀라(Casa Mil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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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이 건물이 마침내 베일을 벗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바르셀로나 시민들과 언론의 반응은 조롱과 경악 그 자체였다. 규격화된 창문도, 반듯한 벽면도 없는 이 기괴한 유선형의 건물을 보며 사람들은 도심의 미관을 해치는 아방가르드의 재앙이라 비난했고, 급기야 '채석장(La Pedrera)'이라는 모욕적인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가우디는 세속의 무지한 비아냥 속에서도, 차가운 돌덩이의 심장에 살아 움직이는 대자연의 거대한 호흡을 불어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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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밀라의 외관에는 서구 문명을 수천 년간 지배해 온 '모서리'와 '면'의 개념이 완벽하게 소멸해 있다. 건물 전체를 감싸고 유연하게 흐르는 석회암 외벽은 지중해의 부드러운 파도와 카탈루냐의 거룩한 성지인 몬세라트(Montserrat)의 장엄한 바위산 능선을 고스란히 도심 한복판으로 압축해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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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의 흑백 건축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우디가 의도했던 빛과 그림자의 대서사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거대한 석조 외벽은 고정된 물질이 아니다. 태양이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질 때,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 고도에 따라 외벽의 부드러운 곡선들은 매 시간마다 각기 다른 깊이의 음영을 만들어내며 건축물 자체가 스스로 살아서 춤추는 듯한 거대한 시각적 일루션을 선사한다. 철을 마치 바다 속 해초처럼 정교하게 꼬아 만든 테라스의 난간들은 외벽이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역동적으로 요동친다.
 
이 건물이 인류의 세계문화유산인 이유는 파격적인 외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카사 밀라의 내부 구조는 당대의 건축 공학을 무려 한 세기 이상 앞서간 거대한 기술적 혁명이었다. 가우디는 건물 전체의 하중을 내력벽이 아닌, 내부의 철골 기둥과 아치가 지탱하도록 하는 '기둥 구조(Framed Structure)'를 세계 최초로 주거 건축에 전면 도입했다. 이 덕분에 방과 방 사이의 벽을 자유롭게 허물고 입주자의 취향에 따라 공간을 무한하게 재배치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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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건물 중앙에는 하늘을 향해 거대하게 열려 있는 두 개의 거대한 원형 중정(Patio)을 배치하여, 인공적인 조명이나 환기 장치 없이도 건물의 가장 깊숙한 안쪽 방까지 지중해의 따스한 빛과 신선한 바람이 끊임없이 들이치고 순환하도록 만들었다. 건축을 철저히 인간과 자연의 상생이라는 인문학적 혜안으로 접근한 천재의 위대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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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밀라의 예술적 서사가 장엄한 정점을 찍는 곳은 바로 하늘과 맞닿은 옥상 테라스다. 가우디는 단지 지붕을 덮는 기능적 공간에 불과했던 옥상을, 초현실적인 거신(巨神)들의 조각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중세 기사의 투구나 투박한 십자가를 형상화한 거대한 벽돌 환기구와 굴뚝들은 옥상의 가파른 능선 위를 지키는 거룩한 파수꾼들처럼 장엄하게 서 있다.
 
1910년대의 빛바랜 사진 속, 바르셀로나의 도심 소음을 발아래 둔 채 옥상의 곡선 계단을 묵묵히 걸어 내려오던 고독한 노건축가의 실루엣은 우리에게 깊은 영적 울림을 준다. 세상의 온갖 고독과 자본가 밀라와의 지독한 법정 소송 속에서도, 자신이 확신한 대자연의 법칙을 단 1센티미터도 타협하지 않고 밀고 나갔던 거장의 뚝심이 이 거대한 돌산 끝에서 마침내 영원히 타오르는 불멸의 예술로 승화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이 정해놓은 매끄럽고 규격화된 상자 속에서 스스로의 영혼을 가둔 채 살아가고 있다. 카사 밀라의 파도치는 옥상 위에 서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지금 세상이 규정해 놓은 정형화된 틀 속에 내 삶의 무한한 가능성을 박제해두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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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밀라로 떠나는 여정은 기이한 건축물 앞에서의 인증샷 소비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비난 속에서도 자연의 진리를 건축으로 구현하려 했던 한 인간의 고독한 투쟁의 시간을 내 삶으로 들여오는 위대한 인문학적 성찰이다. 거친 돌덩이에 생명을 불어넣은 가우디의 집념을 대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내 삶의 거친 조건들을 예술로 승화시킬 위대한 주체성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 지면 관계상 다 담지 못한 카사 밀라에 대한 이야기는 영상에서 이어집니다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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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옥 작가글 47편 · 한국어로 씁니다

울타리없는학교 교장 / 크루즈 여행 전문 인솔자 010-3261-7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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