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대성당, 믿음과 예술이 만나는 장엄한 공간
더휴 뉴스- 김은옥 칼럼 희년(禧年, Jubilee)은 가톨릭 교회에서 신자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다. 성년(聖年)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간의 시작과 마침은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여닫는 의식으로 선포된다. 2026년 1월 6일까지 개방되는 이 성문을 통과하는 순례자는 죄에 따른 잠벌을 면제받는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 이로
더휴 뉴스- 김은옥 칼럼
희년(禧年, Jubilee)은 가톨릭 교회에서 신자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다. 성년(聖年)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간의 시작과 마침은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여닫는 의식으로 선포된다. 2026년 1월 6일까지 개방되는 이 성문을 통과하는 순례자는 죄에 따른 잠벌을 면제받는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로마는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순례객과 관광객으로 거대한 신앙의 중심지가 된다. 실제로 바티칸은 매일 10만 명, 총 3천2백만 명이 넘는 이들이 성문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말, 성 베드로 성당을 직접 찾았을 때, 이미 광장 앞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신자와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가슴 속까지 울리는 종소리와 기도 소리, 그리고 수많은 발걸음이 어우러진 그 현장은 마치 역사가 숨 쉬는 심장부와도 같았다.
웅장한 역사와 예술의 집합체
세계 최대의 성당인 성 베드로 대성당은 단일 건축가의 작품이 아니다. 도나토 브라만테,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잔 로렌초 베르니니 등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거장들이 각기 다른 손길을 보탰다. 무려 120년에 걸쳐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 건물이기에 종교 건축을 넘어 예술과 신앙의 총합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성당은 기원후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사도 베드로의 무덤 위에 최초로 세웠다. 이후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령으로 전면적인 재건축이 시작되었고, 르네상스의 미학과 바로크의 화려함이 절묘하게 융합된 지금의 성당이 탄생했다.
베르니니의 포옹 – 성 베드로 광장
성 베드로 대성당을 가장 먼저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바로 앞에 펼쳐진 광장이다. 알렉산델 7세 교황의 지시에 따라 베르니니가 설계한 성 베드로 광장은 타원형 구조로,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두 팔을 벌려 세상을 끌어안는 듯하다. 광장 중앙의 오벨리스크는 고대 로마의 숨결을 전해주며, 수많은 세월을 꿰뚫어 현재까지 이곳을 지켜온 시간의 증인처럼 서 있다.
성당 내부 – 신앙과 예술의 교차점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다. 어머니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시신을 안고 있는 장면은, 대리석 속에서조차 살아 숨 쉬는 듯한 감정을 전달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애가 끊어지는 고통과 사랑의 의미를 동시에 깨닫게 한다.
성당 중앙에는 베르니니가 만든 장엄한 청동 발다키노가 서 있다. 30m에 달하는 높이의 이 제단 장식물은 사도 베드로의 무덤을 덮고 있으며, 그 아래에서 신앙과 예술이 맞닿는 깊은 경건함을 느낄 수 있다.
양옆으로 이어진 경당에는 성인들의 흔적, 정교한 모자이크와 조각들이 가득하다. 순례객들은 성 베드로의 청동좌상 앞에서 발을 어루만지며 기도를 올리는데, 닳아 반짝이는 발끝은 세기를 넘어 이어져 온 신앙의 흔적을 증명한다.
미켈란젤로의 돔 – 로마의 하늘을 떠받치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돔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작품이다. 당시 70세를 넘긴 나이에 건축 책임을 맡은 그는, 이전까지 제시된 여러 설계를 과감히 수정하고 단순하면서도 장엄한 형태를 완성했다. 돔의 높이는 136m, 직경은 약 42m에 달한다. 이는 고대 로마의 판테온 돔을 뛰어넘는 규모로, 미켈란젤로는 이를 통해 ‘신을 향한 인간의 도전과 찬가’를 건축으로 표현했다. 그는 돔이 단순히 장식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하늘과 인간, 신앙과 예술을 이어주는 상징적 통로가 되기를 원했다.
돔 내부는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으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돔을 통과해 제단으로 흘러내리는 순간, 성당은 마치 천상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 돔은 로마의 스카이라인을 장악하며 도시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건축가들이 성 베드로 돔에서 영감을 받고 있으며, 피렌체 두오모나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같은 유럽의 주요 돔 건축에도 그 영향이 뚜렷하다.
돔 위 전망대에 오르면, 성 베드로 광장은 물론 로마 전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대와 현대가 교차하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신앙과 역사, 인간의 예술적 한계에 대한 경외심이 동시에 느껴진다.
스위스 근위대 – 전통과 충성의 상징
성당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작은 군대로, 교황청을 위해 헌신한다. 1527년, 신성 로마 제국의 군대가 로마를 약탈했을 때, 단 189명의 근위병 중 147명이 전사하며 교황을 지켜냈다. 이 사건은 스위스 근위대의 명예로운 전통으로 남아 있다. 알록달록한 르네상스풍 제복을 입은 근위병은 많은 관광객의 시선을 끈다. 이번 방문에서는 운 좋게도 한 젊은 병사와 사진을 찍을 기회도 가졌다. 그의 장난스러운 눈빛과 친근한 미소는, 장엄한 성당 안에서 작은 추억으로 남았다.
성 베드로 대성당 – 신앙과 예술의 절정
성 베드로 대성당은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는 건축사적 성취를 넘어선, 인간의 예술적 상상력과 신을 향한 열정이 만들어낸 ‘하늘의 집’이다. 희년을 맞아 성문을 통과하는 순간, 수많은 이들이 창조주의 은총을 체험한다.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돔 아래에서, 하늘과 땅이 맞닿는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베드로 대성당을 찾는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서 역사와 예술, 그리고 믿음이 빚어낸 장엄한 체험이며, 누구에게나 가슴 깊은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