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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위대한 기록] Travel to buy timeVOL. 05 | 거장의 탄생, 곡선의 혁명이 시작된 첫 번째 새벽, 카사 비센스

[인생의 위대한 기록] Travel to buy time VOL. 05 | 거장의 탄생, 곡선의 혁명이 시작된 첫 번째 새벽, 카사 비센스 바르셀로나의 격자형 도심을 걷다 보면 문득 시공간이 뒤틀린 듯한 기묘한 감각과 마주하게 된다. 사방을 지배하는 현대적인 직선의 빌딩들 사이에서, 홀로 붉고 선명한 세라믹 타일을 온몸에 두른 채 이국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는

[인생의 위대한 기록] Travel to buy time
VOL. 05 | 거장의 탄생, 곡선의 혁명이 시작된 첫 번째 새벽, 카사 비센스
 

 
바르셀로나의 격자형 도심을 걷다 보면 문득 시공간이 뒤틀린 듯한 기묘한 감각과 마주하게 된다. 사방을 지배하는 현대적인 직선의 빌딩들 사이에서, 홀로 붉고 선명한 세라믹 타일을 온몸에 두른 채 이국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는 건축물. 가우디라는 위대한 우주의 위대한 서막을 알린 그의 첫 번째 기념비, 바로 카사 비센스(Casa Vicens)다.
 
우리는 흔히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장엄한 종착지만을 우러러보며 경탄하곤 하지만, 모든 위대한 흐름에는 새벽의 어둠을 찢고 나온 전율 어린 첫 발자국이 있는 법이다. 당시 고작 서른한 살의 무명 건축가였던 가우디가 마누엘 비센스라는 타일 제조업자의 의뢰를 받아 1883년에 착공한 이 공간은, 젊은 천재가 시대의 견고한 편견을 향해 던진 최초의 선전포고이자 인류 건축사를 바꿀 곡선 혁명의 위대한 서곡이었다.
 
당대 19세기 후반의 유럽 건축계는 무미건조한 신고전주의와 엄격한 대칭의 법칙 아래 짓눌려 있었다. 건물은 반듯한 직선이어야 했고, 도시의 미학은 규격화된 공장의 틀 속에서 숨이 막혀가고 있었다. 청년 가우디는 이 지루한 문명 세계의 규칙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1880년대 초반, 그가 밤을 새워가며 그렸던 빛바랜 초기 설계 도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당대 서구인들이 '야만'이라 치부했던 이슬람의 무데하르(Mudejar) 양식과 카탈루냐의 거친 자연이 천재적인 감각으로 요동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외벽을 가득 채운 강렬한 직선의 타일들은 얼핏 차가워 보이지만, 그 속에 새겨진 노란 금잔화 문양과 화려한 천연의 색채는 이미 신이 창조한 유기적 세계를 향해 본능적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박제된 서구 중심적 건축 언어의 심장에 완전히 새로운 생명의 충격을 가한 것이다.
 
거장의 시선은 언제나 그렇듯, 대지 위에 피어난 가장 작고 외로운 생명들을 향해 있었다. 가우디는 카사 비센스를 지을 대지를 처음 방문했을 때, 그곳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노란 금잔화와 거대한 야자나무를 매몰차게 베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들을 자신의 건축 안으로 영원히 보존하리라 다짐했다.
 

 
철을 마치 부드러운 흙처럼 자유자재로 구부려 완성한 야자수 잎사귀 모양의 거대한 철문 사진을 보면, 인간의 기술이 어디까지 대자연의 숭고함에 가까워질 수 있는가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천장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식물 덩굴 조각과 벽면에 새겨진 새들의 지저귐이 시각을 넘어 청각적인 환상까지 불러일으킨다.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을 집 안으로 온전히 들여놓고자 했던 그의 집착은 이미 이 첫 번째 작품에서부터 완성형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처녀작의 이면에는 청년 가우디가 감내해야 했던 지독한 고독과 투쟁의 시간이 숨겨져 있다. 가우디의 말년 원고 속 한 구절은 우리에게 뭉클한 전율을 준다. "나의 첫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나를 외계에서 온 괴물처럼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인간이 만든 규칙이 아닌, 신이 만든 자연의 규칙을 따랐을 뿐이다."
 
건축주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몇 번이나 중단되는 위기 속에서도, 가우디는 단 하나의 타일 배치, 단 하나의 철제 장식에도 자신의 영혼을 투사했다. 세상의 냉소 속에서 오직 자신만의 예술적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밤잠을 설쳤던 청년의 치열한 고뇌가 이 집의 모든 모퉁이에 서려 있는 것이다.
 
카사 비센스는 오늘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세상이 정해놓은 안전한 직선의 궤도에서 벗어나, 당신만의 곡선을 그릴 용기가 있는가? 라고. 필자가 이 여정을 ‘시간을 사기 위한 여행(Travel to buy time)’이라 명명한 본질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그저 아름다운 타일 건물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 최초의 길을 개척했던 서른한 살 가우디의 청춘의 시간, 그 뜨거운 초심을 내 삶의 시간으로 들여오는 엄숙한 대면이다.
 
청년 가우디가 밤을 새워 타일을 부수고 조립하던 그 새벽의 시간과 조우할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는 속도의 노예가 아닌, 내 삶의 영원한 주체적 건축가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 지면 관계상 다 담지 못한 가우디의 카사 비센스 이야기는 영상에서 이어집니다.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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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옥 작가글 59편 · 한국어로 씁니다

울타리없는학교 교장 / 크루즈 여행 전문 인솔자 010-3261-7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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